2024. 11. 15. - 11. 28.
<a-b-m-a'>
김하늘, 남소연, 민찬욱, 이영현, 최성일
서문 | 김가원, 안서후
자연과 인간의 ‘관계’, 너와 나의 ‘관계’, 도구와 사용자의 ‘관계’ 등 일반적으로 ‘관계’는 두 가지 이상의 항목을 연관 지을 때 흔히 사용된다. 그리고 단순히 연결 짓는 것을 넘어 연관을 맺고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때 특히 더 강조된다. 따라서 ‘관계’는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 없고, 동시에 두 항의 연결에—예를 들어, ‘관계의 중요성’과 같이—특별한 의미가 따라오게 된다. 그렇지만 바꿔 말하면, 무엇과 무엇의 관계는 반드시 서로 다른 두 항을 전제한다. 서로 다른 둘 이상의 항들의 ‘관계’, 이 특별한 ‘연결’이자 ‘만남’에 주목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이미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과 공존하며 세상의 많은 것들이 관계 맺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상호 관계성 또는 구조적인 연결, 맥락 등이 강조된 것은 사상을 거슬러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서양 역사상 꽤 많은 부분 인간은—신과 연결되어 있든 신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든—자연을 인간과 구분된 대상으로서 인식했다. 물론 동양 사상은 이와는 다르다. 도가나 불교에서는 존재를 구분하지 않고 구분하는 것을 수단으로 여기거나 우주를 하나의 연결된 망으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현대적 의미에서 논하는 구분된 존재이자 동시에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성’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근대를 지나 현대로—포스트모더니즘으로—넘어오면서 구조주의의 영향 속에서 본격적으로 구조나 맥락, 관계 등이 어떤 것의 의미를 규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 흐름 속에서 예술 역시 ‘관계’의 담론이 2000년대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의 ‘관계의 미학Esthétique relationnelle(1998)1’을 통해 촉발되었다. 이번 전시 <a-b-m-a’>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로부터 시작된 담론의 핵심은 더이상 작품이 독립적으로 아우라를 가지고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에 따르면, 전시장은 완성된 작품이 걸려있는 단순한 벽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객과의 상호 교류가 일어나는 생생한 현장으로서, 그 자리에서 비로소 작품의 의미가 발생하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1 Nicolas Bourriaud, Esthétique relationnelle, Les Presses Du Reel, 1998. 프랑스 큐레이터이자 이론가인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의 대표적인 저서. 한국에서는 2011년 미진사에서 현지연 번역으로 <관계의 미학>이 출간되었다.
이번 전시 <a-b-m-a’>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은 얼핏 보기에 완성된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하나의 오브제로서 그 의미가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의 의미는 각 작품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개인적 맥락 속에서 나아가 관람자와의 관계 속에서 온전히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함께하는 5명의 작가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서로 다르지만 앞서 주목한 대로, 작품과 연결된 맥락 그리고 관람자와의 상호 교류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이 공통적인 관계 구조를 분석한 것이 바로 ‘(a)-(b)-(m)-(a’)’ 이다. (a)는 작가를 지칭하고, (b)는 작가와 관계 맺고 있는 항 또는 사회적 맥락, (m)은 (a)와 (b)의 관계 속에서 창작된 매개체로서의 작품 그리고 마지막으로 (a’)는 작품과 조우하는 관람자를 지칭한다. 특히 마지막 관람자(a’)를 만나는 이 관계 맺음은 다시 작가(a) 내부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순환적이며 동시에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다.
‘관계’에 주목한다는 것이 현시점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는다면, 또 다른 가능성을 위해 형식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능성에 시대는 없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을 연결 지을 수 있는 매개체(m)로서 존재하는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은 그 스스로의 의미를 넘어 또 다른 관계, 또 다른 가능성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의 여지 속에서 <a-b-m-a’>는 가구, 디자인, 디지털 미디어 등 서로 다른 매체로부터 출발하는 5명의 작가 김하늘, 남소연구소, 민찬욱, 이영현, 최성일의 작품들을 서로 관계시키며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단편소설 ‘바벨의 도서관La Biblioteca de Babel(1941)2’에는 육각형으로 무한히 이어진 도서관—우주—가 등장한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서가에는 25개의 문자로 가능한 모든 조합과 배열로 쓰여진 책이 가득 꽂혀있다. 그 누구도 끝을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모든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책들 사이로 수수께끼를 풀듯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이 도서관은 이러한 무한성으로 인해 그 어떤 것도 완전히 이해될 수 없지만 동시에 무엇이든 존재하고 관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는다. <a-b-m-a’>도 바벨의 도서관의 서가 한편에서 꺼내온 책처럼, 수수께끼를 풀듯 의미를 찾아나가며 또 다른 관계를 낳을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 1941년 <El jardín de senderos que se bifurcan(갈림길의 정원)>이라는 단편집으로 묶여 출간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단편소설. 후에 다른 작품들이 추가되어 <Ficciones>로 1944년 재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2011년 민음사에서 송병선 번역으로 단편집 <픽션들>이 출간되었다.
a-b-m-a’
전시 기간 | 2024. 11. 15. - 11. 28.
관람 시간 | 화-일 1-6pm
전시 장소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9길 30 지하 101호
서문 | 김가원, 안서후
참여 작가 | 김하늘, 남소연, 민찬욱, 이영현, 최성일
그래픽 디자인 | 홍소이
전경 사진 | 허유
공동 기획 | 미식, 플루리포텐트 아트 스페이스
주관 및 주최 | 미식, 플루리포텐트 아트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