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CHEOL GWON

  • 2024. 8. 6. - 8. 20.

    ⟪만나본 적 없는 당신에게⟫, 권민철 개인전

    서문 | 권민철

    To. 만나본 적 없는 당신에게

    ‘가’, ‘나’, ‘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지금 아무도 없는 코인 세탁소입니다. 시간은 밤이고요. 방금 막 세탁기에 동전을 넣고 빨래가 마치길 기다리고 있어요. 한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고, 마침 눈이 내리는 밤이라 편지를 쓰기 좋은 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가’ 당신은 언젠가 제가 사랑하게 될 사람입니다. 아직 만나본 적 없는 당신을 가끔 상상해 보곤 했어요. 키는 얼마나 될지, 머리 모양은 어떨지, 웃거나 떠들 때 어떨지에 대해서요. 우린 종종 같이 버스를 타거나, 여행을 가는 날엔 바다에 가서 폭죽놀이도 하고. 그냥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 당연해질 당신이 지금은 무척 어색하고, 한편으론 이미 헤어진 것처럼 그립기도 해요. 그래도 함께 어딘가로 돌아가는 한적한 거리를 떠올려보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요.

  • ‘나’ 당신은 제가 죽었을 때 저를 옮겨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저를 잘 모르는 당신이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미안하고 고마워요.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으로 당신이 저를 도와주는 날, 날씨가 너무 덥거나 하진 않았나요? 오는 길은 평탄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꼭 그러면 좋겠어요.

  • ‘다’ 당신은 저를 만난 적 없지만, 이곳을 찾아준 방문자입니다. 요즘 당신은 특별한 고민은 없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너무 어려운 사랑을 하고 있진 않은지, 일터나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힘든 일은 없는지. 하루가 매번 건강하고 평온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매번 건강하고 평온하면 좋겠습니다.

  • 당신 세 사람과 그리고 저, 우리가 함께 아무 걱정 없이 차를 마시거나, 선선한 날에 산책할 수 있는 날이 있을까요? 언젠가 그런 날이 온다면 멀리 보이는 당신께 걸어가며 어떤 말로 대화를 꺼내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서로를 잘 몰라도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려 보면서, 아마도 당신도 한 번쯤 봤을 법한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지 않은 그때가 벌써 그리운 마음이 드네요. 부디 당신께 아무 문제 없길 바라며. 다음에 또 편지 할게요.

    민철 드림

  • "나는 생활 반경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소재들을 이용해 일상에서 마주치는 우연적인 감상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에게 일상이란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늘 같은 장소에 있기 때문에 우리 삶에서 반복되어 마음먹으면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반복되는 장면 안에서 나는 몇몇의 것들에 사로잡힌다. 무언가를 목격한 순간 흘러가는 시간이 감각되며 찰나의 시간이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익숙한 물건, 풍경이 그 제자리에 있는 동안, 그 앞으로는 누구와 무엇이 지나가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생각한다. 상상이 끝나면 늘어졌던 시간은 마치 새것처럼 돌아오고, 불어난 상상은 눈덩이처럼 상념으로 닥쳐 온다. 일상적 대상에서 나는 별안간 애틋한 감정을 느끼며, 익숙한 풍경 안에 거꾸러져 흘러내리는 실리콘처럼 늘어지고 드리워지는 사연들에 대해 상상해본다."

    - 작가 노트 중

  • 작가 권민철 MINCHEOL GWON

    권민철(b.1990)은 일상적 이미지들의 ‘하나의 평온한 상태’를 표현하는 이상적 이미지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를 둘러싼 일상적인 이미지에 무의식적으로 공유되는 서정성이 존재한다는 추정에서부터 기인한다. 상투적 표면의 일상적 이미지와 개인이 느끼는 서정성의 연결은 현실과 이상적 현실의 불일치로 인한 이상적인 일상 장면을 향한 개인의 노스탤지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상 이미지의 감성적 인식을 통해 한 개인이 경험하는 낭만적인 순간을 이상화된 일상 장면의 사례로 생각하고, 그러한 이미지들의 외모가 갖는 보편적 성격을 통해 개인들이 노스탤지어를 다시 투사할 수 있는 장면을 담은 조형물을 제작한다.

    이를 위한 표현 방법으로, 일상적 이미지와 소재에서 낭만적 분위기를 지녀 ‘감성’과 연결되는 지점을 찾고 어떻게 감각되는지 실험한다. 주로 계절적, 시간적 정보를 담은 ‘심심한’ 상투적 이미지를 익명적으로 재현해 사용한다. 설치, 영상, 사진 매체를 활용하여 하나의 무해한 일상의 기념품 혹은 토템을 제작하려 한다.

  • 만나본 적 없는 당신에게 | 권민철 개인전

    전시 기간 |  2024. 8. 6. - 8. 20.

    관람 시간 | 화-일 1-6pm [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9길 30 지하 101호

    포스터 디자인 | 손석민

    전경 사진 | 허유

    후원 |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