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0. - 7. 8.
⟪우리 나중에 하와이에서 서로 옆집에 사는 할머니가 되자⟫, 최가영x정민
서문 | 김가원
잡힐 것 같지 않던 친구의 시간과 꿈을 함께 다짐하며 시작된 이번 전시 <우리 나중에 하와이에서 서로 옆집에 사는 할머니가 되자>는 최가영과 정민이 작가이기에 앞서 함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서로의 친구로서 진심을 다해 꾸려졌다. 하와이를 그토록 좋아하던 친구가 하와이를 다시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하와이를 함께 나누며 시작된 이 전시에 어떤 미학적 평가가 어울릴 수 있을까. 누군가 예술의 역할을 묻는다면 나는 감히 이번 전시가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전시를 함께 준비하며 두 친구의 교환 일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본 적 없는 따뜻하고 영롱한 하와이를 떠올렸다.
전시장은 최가영과 정민이 각자 그리고 함께 그린 하와이가 서로 대화를 하듯 관객을 맞이한다. 처음 관객을 맞이하는 최가영의 하와이는 마치 꿈의 단편을 떼어 온 듯 각 거울 면에서 서로 반사하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친구가 잡아주길 바라는 것일까. 그 옆에는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정민의 간절하고 단단한 하와이가 자리를 잡고 우뚝 솟아 있다. 서로의 하와이를 지나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같이 그린 하와이, 280조각이 온기를 품고 걸려있다. 다른 듯 닮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280조각의 드로잉은 첫 기획의도답게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주고받은 두 친구의 교환일기를 엿보는 듯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작은 하나의 조각도 금빛으로 반짝인다. 마치 지금 이 순간도 그렇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전시는 그렇게 깊어진다. 이번 전시에 대해, 최가영은 지금까지 현실과 이상의 관계를 탐구하던 작업의 연장선 속에서도 특히 이상을 따뜻하게 풀어낸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온기”라는 단어를 꺼냈다. 정민은 지금까지 자신을 표현하는 작업을 해오면서도 자신의 이야기가 동정으로 드러날까 두려웠던 마음을 내려놓고, 온전히 “솔직” 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온기”를 통해 “솔직함”이 드러날 수 있었고, 두 친구의 따뜻한 솔직함 속에서 우리가 이 소중한 현재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 아닐까.
가고 싶은 하와이, 누구나 한 번쯤은 또는 하나쯤은 품고 있는 마음속 ‘하와이’. 그것이 꼭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것을 품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품을 수 있는 현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오늘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쉬이 견뎌내기 힘든 병마를 이겨내고 전시를 함께 준비해 준 정민 작가와 이 기획과 전시를 함께 하자고 제안해 준 최가영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의 지금도 비슷한 걸까?
이 시간이 결국 어떤 모양과 색으로 자리 잡을지,
무엇을 완성시키기 위한 경험일지, 나중에 돌이켜 보면 알 수 있겠지.
매주 너와 만나 한 조각씩 그림들을 완성시키면서,
우리 둘의 시간을 포갤 수 있었던 지금을 추억할
언젠가의 그날을 그리워하고 있어. [가영 2023.4.4.]
•••
생각해 보면 몇 년이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일 년은 남은 내 삶을 280장에 조각으로 나눈다면
몇 장도 채 되지 않는 인생에 한 부분이겠지.
실패해도 괜찮고 잘 못 그려도 괜찮잖아.
그것도 내 시간이고 나의 하와이니까. [정민 2023. 4. 10.]”
- 가영과 정민의 교환일기 중
작가 최가영 KAYOUNG CHOI
최가영(b.1989)은 현실과 이상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바탕으로, 겪어본 적 없는것의 낭만과 연출된 환상을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회화적 경험을 위하여 평면 회화가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는 공간 연출을 모색하고 가상의 현장감을 유도한다.
작가 정민 JUNGMIN
정민(b.1988)은 세상의 다양한 시간의 흐름을 여러 가지 선과 선의 이어짐을 통하여 표현한다. 쌓여가고 겹쳐가고 새겨지는 시간의 흐름을 그려내기 위해 '실'이라는 요소를 많이 사용한다. 작가의 작업 안에서 그가 경험한 모든 순간은 하나하나의 선으로 드러내고, 그 선들은 수없이 교차하고 부딪히며 새로운 시간, 그리고 지나온 순간을 짜 나간다. 스스로 경험한 시간의 조각들을 일상 속에서 꾸준히 수집하는 작가는 매우 정적인 작업의 시간 속 역동적인 순간들을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소재, 표현 방식에 있어 한계를 두지 않는다.
우리 나중에 하와이에서 서로 옆집에 사는 할머니가 되자
전시 기간 | 2023. 6. 20. - 7. 8.
관람 시간 | 화-일 1-6pm [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9길 30 지하 101호
기획 | 최가영, 정민
협력 | 김가원
글 | 김가원
포스터 디자인 | 마카다미아 오
전경 사진 | 허유
주최 | 플루리포텐트 아트 스페이스